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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부장판사, 가상화폐 규제 관련 소니 VCR 저작권논란 타산지석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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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최근의 가상화폐 규제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김동진 판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기술혁신 vs. 불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유시민 작가의 튤립 사례는 적절한 예라는 말과 함께, 블록체인과 관련해서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소니간의 재판을 인용해 생각할 지점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소니의 VCR이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소송을 걸었고, 결과적으로는 소니가 승소했는데, 식칼이 강도에 사용된다고 식칼을 법으로 금지할 수는 없는 것과 같이, 미국사회에선 소니의 VCR에 손을 들어주고, 그 대신 사회적인 기여책임을 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김동진 판사는 가상화폐와 관련해서 가상화폐가 튤립처럼 사라질 것이라면 금지하는 것이 옳지만, 만약 소니의 VCR처럼 지금 시점에서는 파악할 수 없지만 유용성이 있다면 그것의 금지나 폐쇄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글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글

한편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등의 정부 규제에 대해 안국법률사무소의 정희찬 변호사의 위헌심판 소송이 청구된 상태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가상화폐규제반대 청원은 16만명을 넘어 베스트 청원에 오른 상태다.
 
이하는 김동진 판사의 글 전문이다.
 
< 기술혁신 vs. 불법 >
 
유시민씨가 비트코인 열풍에 대해 경고하며 언급한 ‘튤립 사례’는 적절한 지적이라고 본다.
 
네덜란드는 "주식회사"라는 제도를 처음으로 만든 나라이고, 세상에 새롭게 등장하는 대부분의 "자유"를 감행하는 나라이며, 국경을 넘어선 투기의 역사에 기대어서 발전해 온 나라이다.
 
네덜란드에서 튤립에 대한 투기 열풍이 불 당시에 이것은 집 한 채 값을 하였다. 그러다가 튤립이 시들어 버리는 순간 소유자의 재산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런데 비트코인과 연관된 "블록체인"에 관하여 나는 법률가로서 미국에서 전개된 몇개의 판결례를 소개할 필요성을 느낀다.
 
일단 이 분야의 과학자들은 유시민씨가 블록체인에 관하여 문외한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법률가인 나 역시 블록체인의 기술적 구성 자체에 대하여는 잘 모른다는 점을 먼저 밝혀둔다.
 
1980년대 초에 미국의 연방대법원에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vs. 소니"의 재판이 계류되었고, 미국의 국민들은 자신들 대다수가 문화콘텐츠의 도둑질이라고 칭해지는 저작권침해죄의 장본인이 될지 여부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가졌다.
 
일본의 소니는 그 당시에 TV프로그램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할 수 있는 VCR을 개발하였는데, 각 가정의 시청자들은 소니의 VCR을 이용하여 TV에 방영중인 영화를 중간광고를 모두 뛰어넘은 채 녹화하여 광고없이 시청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자 유니버셜스튜디오는 "VCR에 영화의 전편을 녹화하는 것은 저작물을 무단복제하는 저작권침해죄에 해당하는데, 소니는 미국의 국민들이 이런 불법행위를 하도록 불법적 장치인 "time-shift VCR"을 제공했으므로, 집단적인 저작권침해죄에 대한 공범으로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미국의 언론은 그 당시에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였다. 젓째는 각 가정의 시청자들이 문화콘텐츠를 도둑질 했는지 여부가 이슈였고, 둘째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소니의 VCR 자체를 위법으로 판단하는 경우에, 그러면 세상에서 VCR은 자취를 감춰야 하는가?라는 의문 때문이었다.
 
그 당시 피고 소니는 여러가지 반론을 제기했지만 순수한 법이론의 측면에서는 "소니의 time-shift VCR은 그 자체가 위법이다"라는 것이 언론에 기고하는 법률가들의 주류적인 흐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재판에서 다수결 상 간발의 차이로 소니의 VCR에 대한 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
 
첫째, 미국의 판례이론 중 "상업적으로 유용한 상품의 원칙( staple article of commerce doctrine)"을 원용했는데, 가령 어떤 범죄인이 식칼을 강도범행에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범행도구인 식칼 그 자체를 법적으로 금지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식칼은 사회구성원들에 의해 유용하게 이용하기도 하는데, 이것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은 사회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맥락이다.
 
둘째, 미국 연방대법원은 창의적인 식견을 발휘하여 "저작권의 간접침해"에 관한 새로운 불법이론을 체계화 하였다. 그중에서 중요한 것이 "기여책임(contributory liability)"인데, 불법의 가능성을 일반대중에게 제공하는 사업자는 불법 여부의 상황에 대한 상시적인 모니터링과 필터링, 불법요인 제거 등의 법적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 디지털환경에서 P2P 서비스가 등장하는데, 미국의 냅스터 재판과 우리나라의 소리바다 재판에서는 이런 상황이 재연되었다. 음원사업자와 저작권자는 "P2P 서비스 자체를 불법으로 선언하고 이것을 없애버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하였지만, 미국과 우리나라의 사법부는 1980년대 초 소니 판례 기조의 연장선에서 P2P 서비스 자체의 금지를 거부하였고, 기여책임 이론의 맥락에서 필터링을 비롯한 무거운 관리감독 책임을 P2P서비스 사업자에게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상의 내용에 관하여 "온라인서비스 사업자의 법적 책임"이란 논문을 썼는데, 이 논문은 2003년에 법원행정처의 재판자료집 서적에 수록되었다.
 
돌이켜 비트코인 및 블록체인에 관하여 다시 보자. 만약 논란이 된 이것이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과 같이 흔적도 없이 소멸해버릴 것이라면,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고려하여 이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것이 1980년대 초의 소니 VCR이나 2000년대 초의 냅스터, 소리바다의 P2P서비스와 같이 현재시점에서 명징하게 파악할 수는 없는 어떠한 상업적 유용성이 잠재하고 있다면( 또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런 것 같다면) 우리는 이것을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는 조치에 대해 각별히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대신에 할 일이 있다. 기존 법학이나 경제학의 관념적인 이론체계에 의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즉, 도박이나 화폐 등의 단순화된 개념), 이에 대한 학문적인 준비를 해야한다. 현재 체계적인 준비가 안되어 있다면 한시적인 규제책이나 속도조절을 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초 미국 연방대법원이 소니의 VCR 법적 논란에 대하여 사회흐름과 부합하는 새로운 법이론을 체계화하였고, 그렇게 구축된 법질서가 현재까지 유효적절하게 작동되고 있음은,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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